말씀묵상

2007년 2월 19일(하느님의 길)

조바오로 2007. 2. 19. 20:56
 

2007년 2월 19일(하느님의 길)

그때에 예수님께서 예루살렘에 가까이 이르시어 그 도성을 보고 우시며 말씀하셨다. “오늘 너도 평화를 가져다주는 것이 무엇인지 알았더라면…! 그러나 지금 네 눈에는 그것이 감추어져 있다. 그때가 너에게 닥쳐올 것이다. 그러면 너의 원수들이 네 둘레에 공격 축대를 쌓은 다음 너를 에워싸고 사방에서 조여들 것이다. 그리하여 너와 네 안에 있는 자녀들을 땅바닥에 내동댕이치고, 네 안에 돌 하나도 다른 돌 위에 남아 있지 않게 만들어 버릴 것이다. 하느님께서 너를 찾아오신 때를 네가 알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루카 19,41-44)


[의정부교구 기획실장 이재화 신부 묵상글]

교구청 관리국에서 일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것은 세속과 관련된 일을 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단순하게는 사제로서 익숙한 일이 아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어떤 가치관으로 일해야 하는지 혼란스러울 때가 종종 있기 때문입니다. 강론 중에 교우들을 향해서는 너무나 쉽게 세상 한복판에서 복음대로 살아야 한다고 큰소리로 말했지만 막상 일을 하면서는 세상 논리가 더 크게 보이는 경우가 자주 있었습니다.


이런 어려움을 호소하면 주교님은 항상 “필요하다면 하느님께서 다 마련해 주실 것입니다. 우리 예수님의 방식으로 복음 정신으로 일합시다”라고 말씀하십니다. 솔직히 처음에는 주교님께서 현실 감각이 떨어져 쉽게 말씀하신다고 생각했지만 일을 할수록 그 말씀이 정답이라는 확신이 생겨났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평화(구원)의 길’을 찾지 못하는 예루살렘을 바라보며 눈물을 흘리십니다. ‘하느님의 길’이 아닌 ‘세상의 길’을 선택한 결과가 어떤 것인지 예수님은 분명히 보셨기 때문입니다. 세상은 우리에게 다양한 길을 보여주며 이것이 우리를 참된 행복으로 이끌어 준다고 설득력 있게 속삭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자주 그 속삭임에 이끌려 ‘하느님의 길’에서 벗어나 ‘세상의 길’로 걸어가곤 합니다. 그 길의 끝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말입니다.


이제 우리 모두는 예수께서 눈물을 흘리시며 우리에게 말씀하고자 하시는 의미를 깊이 생각해 봐야 할 때입니다. 예수님은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하느님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하느님의 길’을 따라 걸어가고자 하는 결단이라고 말씀하십니다. 우리를 당신 ‘평화(구원)의 길’로 초대하고 계시는 것입니다. “생명의 샘이 진정 당신께 있고, 우리는 당신 빛으로 빛을 보옵나이다.”


[묵상글] 

‘권력은 커다란 위협이고 부(富)는 노예상태이며 안락한 생활은 불행임을 믿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거저 주어진 은총의 나라는.....가난하고 억눌리고 보잘 것 없는 이들이 승리하고....돈과 안락을 추구하는 경쟁은 존재하지 않고 상호간의 섬김과 이웃 간의 사랑을 위한 경쟁만이 존재하는 곳입니다.’ 카를로 카레토 신부님의 글인데 ‘복음정신’을 표현하고 있는 것 같아 옮겨보았습니다.

 

이 글을 이해하고 믿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닌 것 같습니다. 경쟁에서 이기고 낙오되지 않기 위하여 온갖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세상입니다. 이 세상이 섬김과 사랑의 경쟁만이 존재하는 나라로 변화될 수 있다고 믿기는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복음정신’으로 살아가는 ‘하느님의 길’로 초대하시는데 저의 눈엔 감추어져 있나봅니다.

 

오늘 신부님의 묵상글에서도 세상에 부딪히며 ‘복음정신’으로 살아가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엿볼 수 있습니다. 신부님은 어떤 가치관으로 혼돈스러워 했었는지는 모르지만 결국 ‘복음정신’으로 살아가는 ‘하느님의 길’에 대한 확신을 가지십니다. 그리고 그 길이 평화의 길이며 구원의 길이므로 따라야하는 결단을 요구하십니다.


†예수님! 험한 ‘세상의 길’을 복음정신으로 살아갈 수 있을지 걱정입니다. 나약한 제가 어떤 어려움에도 복음정신의 끈을 붙잡을 수 있도록 자비를 베풀어주십시오. 비록 ‘세상의 길’을 걷고 있지만 ‘하느님의 길’에 대한 소망을 잃지 않도록 인도하여주십시오. 제가 따르겠습니다.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기도드립니다. 아멘.

'말씀묵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07년 6월 3일 (기도)  (0) 2007.06.03
2007년 4월 11일 (신앙의 힘)  (0) 2007.04.11
2007년 1월 13일 (겸손)  (0) 2007.01.13
2006년 11월 25일 (치유)  (0) 2006.11.25
2006년 10월 28일 (자기 십자가)  (0) 2006.10.28